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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청문회
2021년03월04일 18:35   조회수:130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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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청문회

박일

 

청문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침 밥술만 떨어지면 도시락보자기를 챙겨들고 뽀르르 노인회관으로 출근하던 문씨할머니가 언제부턴가 한 영감하고 눈이 맞아 돌아간다는 소문은 숱한 사람들의 입을 거쳐 마침내 문씨를 모시고 사는 아들 며느리의 귀에까지 전해져왔다.

“어머님도 참, 왜 우리한텐 말씀하지 않았습니까?”

휴일이라 중학교에 다니는 손녀까지 네식구가 오붓이 둘러앉아 아침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아들이 불쑥 이런 말을 꺼내는 바람에 문씨는 가슴이 꿈틀해났다.

“호- 우린 여직 그런 줄도 모르고...”

“아빠 말 정말이야? 울 할머니 연애를 해?”

며느리에 이어 이번엔 손녀까지 맞장구를 쳐대니 단통 얼굴이 홍당무로 변한 문씨는 몸둘바를 몰라 했다.

“어떤 분이신지 우리도 한번 봅시다.”

“그래요. 말 나온김에 오늘저녁 모셔오면 좋겠네요!”

너무도 부끄러워 점심도시락을 챙기는 일마저 깜박 잊고 급히 출입문을 나서는 문씨의 등에 대고 아들 며느리가 이랬다.

이날 저녁, 미상불 이 가정의 음식상엔 말뚝 같은 손님한분 더 불었다.

문씨가 데리고 온 영감은 수십년간 어느 가구회사에서 목수로 일하다가 퇴직한 분이라는데 문씨와 비슷하게 마음씨 착하고 입이 무거운 분이어서 겨우겨우 묻는 말에나 대답하고 있었다. 하다보니 상은 푸짐히 차렸어도 오고가는 말이 별로 없어 어색한 기분이 감돌았다.

“매달 퇴직금은 얼마나 되시죠?”

그래도 입빠른 며느리가 침묵을 깨뜨렸다.

“이천원에 꼬리가 조금...”

“퇴직금은 많지 않으시네요. 그래도 저금통장이야 몇 개 되겠지요 뭐.”

“그런 것두 별루 없구... 그렇다구 빚을 걸머지고 사는 것두 아니구...”

“병에 걸려도 그렇구 연세가 높아갈수록 수중에 돈은 좀 쥐고 있어야 할텐데...”

며느리는 묻다 말고 조금은 어처구니 없다는 눈치다.

“내 퇴직금까지 보태면 매달 4천원은 들어오니...”

며느리의 차거운 눈길에 무척 긴장해난 문씨가 기어드는 소리로 한마디 한다.

“그럼 노인님의 건강상태는 어떠세요?”

“당신 그거 잘 물었네!”

“건강상태”란 아내의 질문에 아들은 펄쩍 신경이 곤두섰다.

“몸에 큰 병은 아직 모르겠구 고혈압에 위가 좀 나쁘고 이가 다 빠져 아래위 몽땅 틀니를 했수.”

“술은 반가와 하십니까?”

“끼니마다 두냥쯤...”

“?... ...”

아들은 갑자기 더 물을 말이 떠오르지 않아 싱겁게 입만 쩝쩝 다시고 있다.

바로 그때, 뜻밖에도 여직 철부진 줄로만 알고 있었던 딸애가 아빠를 도와나섰다.

“지금 할아버지는 누구네 집에서 사세요?”

“엉? 크...큰 아들집에서...”

“그럼 이제 우리 할머니와 재혼하셔도 그 집에서 사시나요?”

신통히도 정곡을 찌른 날카로운 질문이다.

순간, 아들과 며느리는 이제 중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너무나 대견하고 기특해서 얼굴이 단통 보름달처럼 환해졌다.

“하긴 아들네는 그냥 같이 눌러 살자구 하는데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은 좀 다르다네.”

“어떻게 다르세요?”

“글쎄...”

원체 과묵한 영감은 문씨네 아들며느리에 이어 갑자기 나어린 손녀까지 총알처럼 연이어 질문을 들이대는 통에 이마고 코등에고 송골송골 땀까지 내돋았다.

문씨가 보다 못해 눈살을 찌푸렸다.

“델레비를 보니 한국 국회란 곳에선 쩍하면 ‘청문회’란걸 하더구만 이건 ‘청문회’냐 뭐냐? 왜들 그렇게 미주알고주알 캐고 드는 거냐?”

“... ...”

언제봐도 조용하던 문씨의 입에서 별안간 날이선 말이 나오자 방아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래두 한가지만은 묻지를 않는구려!”

영감이 손등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한마디 한다.

“그게 뭐쥬?”

“이 영감이 문씨를 정말 사랑하냐 어쩌냐 하는 질문같은건 의레 나올줄 알았는데...”

“호- 듣고 보니 그렇네. 아마 요즘 세월에 그런 말은 유행이 아닌가 보지?”

두 노인이 주고받는 말에 젊은 사람들은 갑자기 몽치 같은 강냉이자루가 입에 물리운 듯 말문이 꺽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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