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는 인생(외1수)
홍영빈
뚫는 인생
나의 생을 두고 말하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어
다만 뚫려야 사는 팔자를 타고났을 뿐
또한 물려줄 것도 없어
그저 호올로 두껍디 두꺼운 이 세상 두께를
뚫고 지나야 할 책임이 있을 뿐
돌아본 길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몸엔 온갖 세상 먼지가 묻어
오직 갈 길이 먼 것을 말하여 줄 뿐
뚫지 않으면 만물의 포로가 되어
감옥 아닌 감옥에 갇히기 십상이나
맘과 몸을 시시로 벼려가며
하늘에 숨어 있는 진정한 나를 찾아
걸어서 하늘까지 뚫고 가야 할 인생길.
홀로 인생
인생은 홀로입니다
탑이 홀로 서있고
홀로의 비석이 되듯이
인생은 홀로입니다
땅이 받들어주고
하늘이 불러주는 곳에
인생은 홀로입니다
해처럼 달처럼
피곤을 모르고 세상 길 가듯이
인생은 홀로입니다
경락의 교차로마다
자리매김하고 있는 경혈마냥
인생은 홀로입니다
환경과 조건은 나 밖에 있고
행로만은 무조건 내 안에 있는.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나를 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