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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철의 수필-엄마 어데 있어?
2020년06월09일 18:33   조회수:552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엄마 어데 있어?

 이홍철


엄마 어데 있어?

 

속이 참 좁은 사람인 것 같다.

남들은 우주를 담는다는둥, 세계 제일의 꿈을 담는다는둥 하면서 나름대로 웅대한 꿈과 포부를 그들먹히 담는다는 데 나는 고작 한 녀자밖에 담지 못했으니 내가 참으로 속이 좁은 남자인 것 같다.

일보러 갔다 집에 들어오면서 제일 먼저 내입에서 나가는 말이 “엄마 어데 갔어?” 이다.

만약 안해가 집에 없으면 3초도 못기다리고 서슴없이 전화버튼을 누른다.

-어데 있어? 언제와?

막상 안해가 곁에 있으면 말없이 컴퓨터와 씨름하면서도 일단 옆에 없으면 찾게 되는 “엄마 어데 갔어?”이다.

그렇게 찾던 안해가 어느날인가 화장실 문을 벌컥 열면서 꽥 소리 지른다.

-     엄마 여게 계신다 왜?

졸지에 “엄마”가 되여버린 안해, 그런 안해가 있어 어쩌면 엄마와 같았을 수도 있었으리라.

한시도 곁에 없으면 시름이 안 놓이는 건 내가 아니라 안해이다.

양말은 분명 두짝이지만 벗어놓은 것은 꼭 한짝밖에 없다. 그래도 이튿날 신을 땐 두짝이다.

음식을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쓰레기통에는 내가 남긴 음식이 들어있지 않다.

구두는 한번 사면 기름칠 해본 기억은 없지만 새로 살 때까지 윤기는 그대로 난다.

담배를 육실하게 피우지만 재털이가 넘쳐난 적은 한번도 없다.(지금은 집안에서 금연지만).

매일 저녁 반주술 하지만 술독은 내가 사지 않아도 비여본 적이 없다. 그것도 내가 산적 없는 여러가지 약재로 꽉꽉 차있다.

아침밥 먹기가 죽도록 싫지만 여지껏 아침밥 한번 굶어본 적 없다. 그래서 58킬로를 넘지 않던 몸이 지금은 70킬로도 넘어선다. 설에 잡을 돼지도 아니면서 살은 모질게 지우는 안해다. 그렇게 비대해진 내 몸을 보면서 안해는 한마디 한다.

-너무 비실대는 남자보다 그래도 당신 같이 조금은 비대한 몸집의 남자가 더 보기 좋아.

이러던 안해가 떠나간지도 이젠 거의 10여일 가까워온다. 가면 언제 올지 모를, 말 그대로 기약없는 리별이였다.

청해성 서녕에 음식점을 한다고 시장고찰로 여러번 다녀오더니 끝내 그곳에서 음식점을 하겠단다. 떨어져서는 못살 것 같다던, 강변에 두고온 아들 같다던 나와 작은 아들애를 두고 큰애만 달랑 데리고 서녕으로 떠났다.

-제발 좀 같이 가자. 어떻게 한가정이 두쪽으로 나뉘여 살수가 있어? 내 혼자 가는 거 정말 맘에 걸려. 자기 혼자서 밥도 제대로 해먹을 수 있을지, 애는 제대로 건사할지…

그러나 이곳에 사업이랍시고 벌려놓은 손톱만한 일이 인젠 10여년에 가까워오고 그 사이 그럭저럭 밥을 먹여주는 거래처도 여러곳 둔 터라 차마 청도땅을 떠날 수가 없었다.

또한 청도에서는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지만 그곳 서녕에 가면 안해의 손등을 씻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사나이의 얄팍한 자존심을 건드린 것도 문제는 문제였다.

-여지껏 자기가 가정을 위해 고생했으니 인젠 좀 쉬여. 내가 당신을 편하게 해줄게. 제발 그저 내 곁에만이라도 있어줘…

그렇게 손이야 발이야 비는 안해의 제의를 뿌리치고 결연히 청도에 남기를 결심한 내가 진짜 사내로서 제대로 된 처사인가 싶기도 하고 많은 가책이 들기도 했다.

낯설고 물선 고장에서, 아는 사람 하나 변변히 없는 곳에서 과연 연약한 녀자의 몸으로 견뎌낼 수 있을지, 무거운 물건이라도 움직여야 할 남자의 힘이 필요할 때도 있겠는 데, 위글족, 장족 여러 민족이 어울려 사는 동네라고 하는 데 사회치안은 어떻는지, 큰애가 학교 다니면 매일 보내고 마중하는 일도 버거울텐데 걱정도 태산 같다. 내가 남들처럼 돈이라도 꽝꽝 잘 벌었더라면 이산가족이 되는 비극은 면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안해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다 서서히 내 자신이 다시 걱정스러워진다.

저녁에는 작은 아들애한테 어떤 반찬을 해 먹일가, 애 학교에 보낼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겠는 데, 양말 한짝이 잃어지면 어떻게 찾지? 쓰레기통은 매일 버려야 하나, 구두는 어떻게 닦지, 반주술은 언제쯤 불궈야 하는 거지? 아침을 거스러 빼빼 마르면 안해가 얼굴을 찡그릴 것도 같고. 아무튼 근심이 태산 같다.

어유~ 애 빨래도 아직 하지 않았네…

안해가 떠난지 하루만에 집안은 뒤죽박죽이 되여버렸다. 구석구석 던져버린 빨래 감들,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내 컴퓨터 책상, 산더미를 이룬 씻지 않은 그릇들….

작은 아들놈이 배가 고프다고 소리 지른다.

-아직도 애 밥 안 먹이고 뭐해?

어데선가 안해의 째지는 듯한 소리가 정답게 들려오는 듯 했다.

내 속에 품고 있는 단 하나의 그 녀자의 소리가 귀청은 따갑지만 마냥 기분 좋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소매를 걷어올리고 주방에 들어선다. 씻고 닦고 돌리고…

그렇게 분주를 떨며 나는 구석구석에 엄마와 같은 안해의 자취를 더듬는다. 그것이 안해에 대한 위안이 될 거라 생각하면서 여름방학이 돌아오기만 고대한다…

여름방학엔 애 데리고 서녕에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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