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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숙의 시창작-두리안
2020년06월05일 11:44   조회수:642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두리안

    구인숙



두리안

 

이맘쯤이면

동네사거리 저 한 구석에

노란 고슴도치들을 빼곡히 태운 낡은 트럭이

빨강 매직글이 씌어 진 팻말을 걸고

한동안 상주한다

 

몇 십년을 묵힌 듯한 고약한 냄새

가시 돋힌 껍질밑에서

 군데군데 입 벌린 고슴도치들이         

간택 받을 손을 기다리는 양 누군가를 부르고 있다


뾰족하고 긴 칼로

쓱쓱 조각을 내는 트럭주인

햇볕에 그을린 시꺼먼 두 손으로

곱게 발라 낸 고슴도치의 심장뭉치에

벗어나지 못하는 삶의 쳇바퀴 속에서

버티다 곪아 터져가는

살아 있는 심장들의 애타는 이야기를 담아 넣는다


하늘을 찌르는 냄새의 파장속에서

감당할 수 없는 취두부를 대하듯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저만치 서서 그 맛만 뒤적이던 나

오늘은 처음으로

속이 울렁이는 유혹을 느낀다

 

투명한 플라스틱용기 속에서

핏빛이 아닌 노랗게 익은 폐처럼

알몸으로 서로 맞대고 있는 고슴도치의 노란 심장

토할 것같은 저속한 향기가

나 주위를 맴도는 유령꽃이 되여

나를 휘청거리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맛에

오늘은

나도 매료되고 싶다

내 몸이 악취로 샤워를 한다 하더라도

오늘은

꼭 저 맛에 빠져보련다


냉동실 신세를 지고

한참동안 찬기운을 빨아드린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노란 고슴도치

말랑말랑하고

고소하고 달달하고

쫀득한 아이스크림같다


이걸 어쩌나

퀴퀴하다고 코로 밀어냈던 그 세월

요염한 티 하나 없이

가슴 깊게 꽂아주는 그 진맛에

한순간에 항복해버렸다

그동안 싫다고 외면했던 수많은 사연들

멀리 했던 두리안처럼 

그저 그냥 스치지 않았을까


구인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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