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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정원-가시 있는 인생이고 싶다
2020년05월29일 12:48   조회수:696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가시 있는 인생이고 싶다

수선화향기


가시 있는 인생이고 싶다


수공제작을 하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손을 통하여 예쁘게 꾸며지는걸 좋아하는터라 취미생활로 꽃꽂이를 시작했다가 꽃을 파는 여자가 된지 몇달이 지났다. 온라인에서 근사하게 만들어 사진을 올린게 발단이 되여 내 의지와 상관없이 쭈욱 주문을 받게 되였고 그러다보니 오프라인 가게를 오픈할만큼 이제는 제법 숙련된 솜씨가 되였다.

꽃에 관한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주문을 받는 동시에 꽃꽂이도 가르치면서 꽃을 만지다나니 이제 생화종류는 대부분은 외울수 있다.안개꽃, 수국, 국화, 리시안셔스,퐁퐁, 천일홍, 베로니카, 튤립…사랑 축하 감사의 의미를 담은 예쁜 선물로 사랑하는 사람의 품안에 안겨드는 생화다발들은 어디에 쓰이냐에 따라 들어가는 꽃종류도 다 다양한법이다.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발렌타인데이에는 장미,결혼식에는 백합, 축제의 계절에는 국화 명절에 따라 주문나가는 꽃들이 모두 틀리게 된다.헌데 그렇게 많은 꽃중에서도 손질이 제일 까다로우면서 다발이나 바구니에 제일많이 들어가는 꽃을 굳이 짚어내라고 한다면 그래도 장미가 아닐가싶다.

꽃을 매만지는 꽃쟁이가 되면서 꽃꽂이 또한 인생수업이라는 것을 심심하게 느끼게 되였고 장미를 손질하고 가시치기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였다.

장미를 생화다발로 묶거나 바구니에 예쁘게 꽂아서 나갈려면 우선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가시치기이다. 장미 꽃송이 아래부분을 살짝 잡고 집게모양처럼 생긴 작은 도구로 위로부터 아래로 가시를 훑어내면 톡톡하는 귀맛 좋은 소리와 함께 장미꽃대에 붙었던 가시가 떨어져나가고 매끈한 꽃대가 모습을 드러낼때면 꽃대 제일 밑부분을 사선으로 짤라 3분의  2정도 물이 담긴 화훼 물통에 장미를 꽂아 보관을 한다.

헌데 너무 신기한건 많고 많은 꽃 중에서 유독 장미에만 가시가 나있고 더 이상한 것은 꽃향기가 그윽할수록 떨기가 요염하고 컬러가 살아 있고 풍성한 장미꽃일수록 붙어 있는 가시가 더 굵고 많다는 것이였다.

장미가시에 대한 신화적유래를 어느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그리스 로마신화에 따르면 조물주가 처음 장미를 만들었을 때 “사랑의 사자”였던 큐피드가 이 아름다운 꽃을 보자마자 반한 나머지 조물주도 모르게 입맞춤을 하려고 입술을 살포시 꽃에 가져갔다고 한다.그러자 꽃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자신의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콕 쏘고 말았다.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비너스 여신이 벌에 쏘여 아파하는 큐피드가 안쓰러워 벌을 잡아 침을 빼낸뒤 장미 줄기에 침을 꽂아두었다고 한다.이처럼 장미의 가시는 저도 몰래 향기를 맡고 싶고 입맞춤을 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한다.가시가 돋힌 꽃이기에 그것을 얻었을때 더욱 기쁜 것 또한 장미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 아닐가.

처음 꽃에 손을 대서 이 가시치기 작업을 할때 나는 장미꽃대에 붙은 가시가 너무 거추장스럽다고 생각을 했었다. 고무장갑을 끼지않고 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엄지와 검지에 가시가 촘촘히 박혀서 밴드까지 대령하여 견지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장미를 자주 만지게 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만약 장미에 그 가시가 없었더라면 장미 본연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삭감되지 않았을가 하고 말이다.가시가 없다면 다른 꽃과 다를바가 무엇이랴?가시가 있었기에 장미는 장미대로의 요염하고도 도고한 자태를 유지할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이 장미라면 가시는 고난과 어려움이 아닐가 싶다.장미에 가시가 없으면 다른 꽃과 구별이 없는것 처럼 우리의 인생이 고난과 어려움이 없었더라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슴슴한 인생이였을 것이고 인생이 더더욱 다채롭고 행복하게 느껴지는건 그 인생여정에 가시가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알고 보면 인생은 고난의 여정과 고통,연단이 동반될수록 빛나는것이였다.

다가오는 1월에야 겨우겨우 35살을 마무리하는 지라 인생을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여태껏 걸어왔던 여정을 돌이켜보면 내 꽃대에 굵고도 무성한 가시들이 자라나 끝임없이 나를 아프게 찔러댔던 인생여정이 였던 것 같다. 결코 쉽게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니였다.그래서 그 길을 걷다 너무 고달프고 지쳐서 가시를 모두 쳐내고 앙상한 꽃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없을가 끝없이 고민하고 방황했었다. 허나 분명한 것은 고통이 명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고통은 피해가고자 하면서 향기풍기는 인생을 살고자 하는것은 섭리에 어긋 나는 일이 아닐가 싶다. 그래서 미완의 인생길에 가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받은 것이라고 생각 한다. 그 굵고 많은 가시덕분에 눈부시고 함초롬히 이슬을 머금고 자라나고 더 진한 매력을 풍길수 있는게 아닐가.

하기에 장미의 가시처럼 나를 쉼없이 찔러대는 그 모든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통을 느낀다는것은 한 웅큼의 숨이 붙어 있다는 것이고 연단에 시달린다는 것 또한 가슴이 뜨겁다는걸 의미하기에 내 꽃대에 붙어 있는 그 가시가 너무 감사하다.

똑같은 장미를 바라 보아도 장미의 가시를 집중해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시보다는 장미를 집중해보는 사람이 있다. 장미의 가시를 눈여겨보냐 아니면 가시가 달린 장미에 집중하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지 않을가 싶다.

그래서 나는 그 굵고 많은 가시를 거부하지 않으려고 한다 .살아가면서 때로는 가시에 아프게 찔려 선혈이 낭자하게 스며 나오고 피범벅이 되여 쉼없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할지라도 가시조차도 내 몸이라 내 것이라고 포용하고 감쌀 수있는 그런 향기 그윽한 꽃이 되고 싶다.세월의 변화에 맞게 서서히 늙어가면서도 서글퍼하거나 아파하는 것이 아닌 세월의 무상함 앞에서도 당당하게 가시가 내 인생여정이였다고, 그래서 가시가 있는 인생은 더욱 눈부시고 복받은 인생이였다고 그렇게 멋지게 고백할 수 있는 흙으로 돌아가는 한떨기 꽃이고 싶다.                                


 발표: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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