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이 맛으로 술 마시지” 여기서 ‘이 맛’은 이제 더 이상 쓴맛이 아니다. 단맛이다.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굳이 쓰고 맛없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된다. 달콤하고 맛있는 술이 매대를 점령했다. 도수도 낮아져, 주량이 적은 사람까지 쉽게 술을 접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인생은 조금 더 재밌어졌을지 모르나, 비만, 당뇨 등 여러 질환에 걸릴 위험은 커졌다. 달콤한 술엔 당류가 많이 들어가 있는 데다, 당류를 알코올과 함께 섭취하면 체내 축적이 더 쉬워지기 때문이다.
◇맛있는 술엔 설탕이 있다 2015년 유자 맛 소주가 나오자 맛을 보겠다는 주문이 여기저기서 쇄도했다. 곧 블루베리 맛, 자몽 맛, 청포도 맛 등등 후발주자들이 나타났다. 이제 맛있는 소주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맛을 첨가한 소주가 잘 팔리자 이 유행은 주종을 넘기 시작했다. ‘이슬 톡톡’, ‘망고링고’ 같은 맛있는 맥주류부터, ‘인생 막걸리’, ‘톡 쏘는 고구마 동동’ 등 막걸리류까지도 영역이 확장됐다.
문제는 맛을 넣기 위해 인위적으로 당을 첨가한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지난 2016년 시판하고 있는 술 22종을 분석한 결과, 맛있는 주류의 당 함량은 상당했다. 1병당 ‘자몽에 이슬’엔 32.4g, ‘KGB보드카 위드 레몬 향’에는 32.7g, ‘C1블루자몽’에는 26.3g의 당이 포함돼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WHO에서 권고하는 1일 당류 섭취량이 성인 기준 50g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양이다.
심지어 소비자는 맛있는 술을 살 때 얼마나 많은 당과 열량이 들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 주류는 겉면에 영양성분을 표시하는 게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의 건의로 지난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류도 열량, 당류, 지방, 나트륨 등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가이드라인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라 업체가 굳이 지킬 필요가 없다. 직접 확인해본 결과 영양성분을 표기하고 있는 주류는 찾기 어려웠다. 원재료명만 명시돼 있었는데, 맛있는 주류엔 대부분 설탕, 맥아당·포도당 시럽 등이 첨가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