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외1수)
류신주
모성애
딸애의 가느다란 혈관을 못찾아
헤매고 다니는 주사바늘이
내 마음 속 구석구석을
쿡쿡 찌르며 상처를 낸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점적주사의 약물들이
이미 아플대로 아파있는
내 심장에 구멍을 뚫는다
주위 공기를 진동하는 듯한
딸애의 기침소리가
내 페에 퍽퍽 생채기를 낸다
전생에 우리는 무슨 사이였길래
니 몸짓 하나하나에
내가 왜 이렇게 아파야만 하는 걸가
힘든 밤,
밖으로 내다 본 쪼각달에
우리 엄마 얼굴이 걸려있다.
아버지의 맥주 한잔
그리움을 핑계로
기울이는 아버지의 맥주 한잔에는
땡볕에 그을린
부모의 주름살 비추어져있다
기쁨을 핑계로
기울이는 아버지의 맥주 한잔에는
고향에 두고 온
자식들의 백점 맞은 시험지가 비추어져있다
행복을 핑계로
기울이는 아버지의 맥주 한잔에는
매일 말없이
안주를 준비하는 안해의 고운 뒤태가 비추어져있다
핑계 담긴
맥주 한잔에
아버지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건 아닐가.